"최저임금도 못 받았는데 물건 사고 무심코 쓴 20원짜리 비닐봉지값 빼고 월급 주겠다더니, 절도범으로 신고까지 해 경찰에 붙들려 가면서 너무 서러워 눈물밖에 나지 않았어요"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무심코 비닐봉지를 사용했다가 점주로부터 절도 신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 A(19·여)양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글썽거렸다.
지난 10일 오전 10시께 주말을 맞아 집에서 단잠을 자고 있던 A양은 경찰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훔쳤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으니 경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순찰차를 타고 지구대로 간 A양은 절도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A양은 아르바이를 하던 편의점 주인과 임금 문제로 다퉜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한다.
최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 A양은 점주에게 지난 4주간 일한 임금을 최저임금(6천470원) 수준으로 계산해달라고 요구했다.
점주는 수습 기간 3개월은 최저임금의 90%인 시급 5천800원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A양은 "지난달에는 편의점주가 말하는 최저임금의 90%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시급 5천300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가 지난달 총 53시간 일하고 손에 쥔 돈은 26만3천여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5천여원, 최저임금의 약 77% 수준이다.
A양이 지난 10일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줄 것을 요구하자 점주는 "비닐봉지 결제 없이 사용하고 매대 청소를 태만히 한 것은 월급에서 빼겠다"는 내용의 문자로 답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A양은 "매번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죄송해서 용돈을 벌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부모님 선물도 사려고 했다"면서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해 속상하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편의점주는 "A양이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혀 임금 지급이 늦어진 것이며 수습 기간을 적용해 법에 따라 임금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편의점 CCTV를 확인했는데 비닐봉지를 결제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면서 "CCTV에 찍힌 것 이외에도 비닐봉지를 더 훔쳤을 것으로 보여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오진숙 변호사는 "비닐봉지를 일부 돈을 내지 않고 썼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전액 지급해야 한다"면서 "비닐봉지에 대한 손해배상은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습 기간 90% 수준의 임금을 적용한 것 역시 1년 이상 근무하기로 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편의점주가 고소한 것과 관련, A양 사건을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