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 방식으로 부르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보훈처는 5·18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보도자료에서 "금년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지난 주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며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보훈처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본 행사인 기념공연에서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을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현재까지도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5·18 기념일이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지만, 2009년부터 합창단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당시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일부 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합창 방식을 도입했으나 5·18 단체들은 제창 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해 갈등이 계속됐다.
보훈처가 님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하자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공동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지정곡이 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또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임청구건의안의 공동 발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아직 (행사까지) 이틀 남았으니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정식 보훈처 홍보팀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국민에게 발표한대로 올해 행사는 이 방식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방침을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올해 5·18 기념식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요 인사와 유족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제목으로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국민의례,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의 순으로 진행된다.
보훈처는 "올해 5·18 기념식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 등으로 지난 2년 동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5·18 부상자회, 유족회, 구속부상자회 등 3개 단체와 5·18 행사위원회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념식을 국민 통합의 행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