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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여가부 폐지’ 공약에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완전히 잘못된 정책 시그널”

By Kim Arin

Published : March 14, 2022 -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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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정책 시그널”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전문가의 비판이 나왔다.

윌렘 아데마(Willem Adema) OECD 사회정책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4일 코리아헤럴드에 이메일을 통해 “(여가부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성평등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차기 정부에서도 여성가족부는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데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OECD 국가에 여성가족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총리실 소속이나 내각의 일부로써 성평등을 증진하는 공공기관은 꼭 있다”며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성불평등이 심각한 한국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다소 시기상조로 보이며 완전히 잘못된 정책 신호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이야기”라며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아데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성평등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대조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성별 고용 격차가 거의 20% 포인트에 달하며 상장 기업 이사진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들은 공직 사회에서 지위가 여전히 미약하고 남성들 보다 가정에서 무급으로 가사 노동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학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이것이 아직 노동시장 평등이나 사회 전반의 리더십으로 완전히 전환되지는 않았다”며 특히 노동시장 제도의 변화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남성이 정규직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을 가능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높다”며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가거나 노동 시장에서 물러나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 년 연속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지수란, 성별 임금 격차, 여성 이사회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유리천장’을 가늠하는 지표를 뜻한다. 지난 7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조사 대상 29개 국가 중 29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폐기는 아니다”라며 “몇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보고를 하고 그 중에서 선택을 당선인께서 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11일 “당연히 공약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실제 여가부 폐지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여성가족부 등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선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원내 과반을 넘는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원내 정당인 정의당 역시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대하고 있다.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인수위에 여성 할당을 배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국정 운영의 기본을 저버린 형태”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고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해 국민을 통합하는 방안”이라며 “이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국회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rin@heraldcorp.com)